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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받은 기억이 있다.
일기나 영상으로 남아있지 않지만 영화의 장면처럼 선명한 기억들이 있다.
어릴 때 나는 키도 작고 몸도 약해서 엄마는 학교 가는 내가 굶고 가는 것을 싫어하셨다.
학교는 멀고, 아침은 그 시절에도 늘 바빠서 엄마는 밥을 말아 먹고 가라고 국을 끓이셨다.
시래기국, 무국, 미역국, 감자국, 콩나물국, 겨울엔 명태와 무를 넣은 국도 있었고 김치 콩나물국도 있었다.
가난한 살림을 꾸리면서 엄마로서는 최선을 다한 음식이었을꺼다.
학교 갈 시간이 임박한데 밥을 안 먹고 있으면 엄마는 찬물을 넣은 큰 양푼이나 바가지에 밥을 만 내 스텐 국그릇을 넣어 식혀두곤 했다. 적당히 식으면 얼른 먹고 가라고.
그 순간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랑이 그리운 요즘이다.

그래서 요즘도 나는 국을 좋아한다.
따뜻한 국을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다.
남편은 국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나는 나를 위해 국을 끓인다.
특히 겨울에는 국에 밥을 말아야 먹은 것 같다.
국을 먹을 땐 늘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난다.
아이들도 많고 농사일도 해야 했지만 없는 살림에 깨끗한 옷을 입히고, 비싼 재료로 반찬은 못하셨지만 텃밭의 채소로 정성 다한 음식을 만들고 깨끗한 밥상에서 밥을 먹게 한 엄마의 사랑과 정성.
그래서 세상 속에서 힘들 때도 나는 나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몇 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자전거에 태워 학교에 간 기억.
초등학교 때 나는 학급지도위원(반장)을 했었는데 아버지는 우리집 딸내미 공부 잘해서 반장이라고 동네 사람들 만나면 자랑을 하셨다. 학급지도위원 하는 딸을 자랑스러워 했었다.
우리 집에는 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아침 일찍 소 먹일 풀을 베러 가신 아버지 지게 위에 산딸기가 달린 나무가지들이 꽃다발처럼 담겨있는 경우가 많았다.
약간 덜 익은 콩나무 가지를 숯불에 구워 비벼서 알맹이를 주시던 기억도 선명하다.
아버지는 날달걀에 구멍을 내어 먹고 달걀 껍질에 불린 쌀을 넣어 아궁이에 구워주시기도 했다.
간식이 없던 시절에 아버지 나름의 사랑 표현 방식이었으리라.

요즘은 남편이 늘 아침에 커피를 사다 준다.
남편도 커피를 좋아하지만 나름 아내에 대한 사랑도 담겨 있을거라 믿어본다.
사람에게 힘든 기억만 있으면 어떻게 살까.
힘든 기억은 잊고 좋았던 기억만 남겨 좋아하는 드라마 아껴보는 것처럼 살면 삶은 그런대로 살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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